공지사항 스마일어게인-난치병 어린이와 스타 데이트
2006.08.18
박경림 "언니는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
(주)진로·일간스포츠·중앙일보·공동 스마일 어게인
㈜진로와 일간스포츠·중앙일보가 희귀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스마일 어게인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이는 연예·스포츠 스타가 난치병 어린이 가족과 1:1로 자매 결연을 맺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랑의 나눔 행사입니다.
세 기관은 손을 잡고 연말까지 12억원을 모아 사회복지 법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선정된 어린이들은 스타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며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최대 1,0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원 받게됩니다. 일간스포츠는 난치병 아동과 스타의 만남 사연을 연말까지 매월 한차례씩 게재할 예정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소아암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고예진(11) 어린이. 예진이와 1:1 자매 결연을 맺을 스타는 마음따뜻한 '네모공주' 방송인 박경림(27)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를 돕고 싶다"고 참여를 자청한 그는 2주 전부터 예진이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혹시 내가 미리 준비할 것이 없냐." "짧은 시간이지만 예진이에게 꼭 도움이 되고 싶은데. 보여지는 것만으로 그치는 만남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예진이 병에 대해 먼저 공부하고 싶어 며칠간 책과 인터넷을 뒤졌다."
박경림은 이날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연신 손을 만지작 거리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 얼굴은 네모? 마음은 동그라미
"야. 얼굴이 진짜 네모나지 않네." "누나. TV보다 훨씬 예뻐요. 와~"
작은 병실 안. 벌써부터 웃음 꽃이 피어난다. 서울 신촌세브란스 어린이 병동 13층. "어머. 반갑다. 언니가 누군지 알고 있니?" 박경림이 온다는 소식에 구경 온 어린이 환자들로 작은 병실 하나가 가득찼다.
어떻게 알고 모였는지. 똘망똘망 예쁜 얼굴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언니한테 사인 받을 수 있어요?"
"저는 베개에 큰 사인받고 싶은데…"
"휴대전화 사진도 찍어서 간직하고 싶어요."
"어머. 얘들아 안녕. 으유. 이 개구장이들~"
박경림이 아이들의 볼을 살짝 꼬집듯 만지자. 그 사이에서 흰 마스크에 초롱초롱 동그란 눈이 예쁜 오늘의 주인공 고예진양이 등장했다.
"(언니가) X맨에서 하는 '파워댄스'봤어요. 유재석 오빠랑. 김종국 오빠랑 파트너로 나오잖아요."
수줍음 많은 예진이는 한마디씩 쭈뼛쭈뼛 낯설어한다. 침대 밑에 장난꾸러기처럼 숨어있던 남동생 고신명(7)이 신기한듯 박경림의 손과 얼굴을 만져 보려고 손을 쑥 내민다.
"와. TV속에 있던 누나가 우리 옆에 왔다!"
함께 병실을 쓰는 다른 환아가 박경림에게 예진이를 소개한다.
"언니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모자까지 썼대요~"
수줍게 웃는 예진이 얼굴 이곳저곳에 드러난 붉은 반점들이 마음 아프다. 오랜 기간 반복된 항암 치료로 얼굴의 모세혈관이 파열돼 생긴 반점들이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예진이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 초부터 조혈모세포 수술을 위해 골수 채취 시술을 받느라 입·퇴원을 반복했다. 병원에서 3~4일 특별 휴가를 얻어 집에 가더라도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놀지 못한다.
골수 채취 시술을 받을때는 하반신이 마비되고 성인 환자들도 힘겨워할 정도로 심한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어른스러운 예진이는 엄마 아빠 마음이 아플까봐 "아프다. 힘들다"는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평상시에도 감염을 막기위해 꼭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예진이. 병실 한 켠에 나란히 꼽혀있는 6학년용 교과서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예진이 마음을 드러냈다.
"학교 친구들요? 너무 너무 보고싶어요. 놀이터에 가서 뛰어 놀고, 고무줄도 하고. 같이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싶은데…"
인천 부평에서 자주 문병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대신 초등학교 2학년인 남동생 신명이가 그의 유일한 말동무가 되고 있다.
● 세상에 공평한 두 가지
예진이의 꿈은 유치원 교사나 교회 반주자가 되는 것. 체르니 30번까지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동생 신명이를 가르칠 정도로 어른스러운 누나다.
"예진아. 힘든 건 없니? 우리 예진이는 정말 눈이 예쁘구나. 그 정도 초롱초롱한 눈만 가졌어도 언니가 연예계를 평정했을텐데 말이야."
박경림의 재치있는 농담에 병실에 모인 다른 아이들까지 까르르 웃는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지?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프고 몸이 힘든 사람도 있고. 예진이도 그럴거야. 건강하게 뛰어 노는 친구들이 부럽지? 근데 세상에 공평한게 딱 두가지 있더라.
우리들 모두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과 모든 사람이 정확히 하루 24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 그래서 한정된 시간동안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 나중에 '난 정말 보람있게 지냈구나'고 말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박경림의 어려운 시절 이야기에 아이들이 귀를 쫑긋 기울인다.
"중학생 때부터 집이 가난해서 안해본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어. 하지만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 때를 생각하면 뿌듯해. 예진이도 나중에 건강해져서 지금 치료받던 것을 생각하면 '아 힘들었지만 정말 잘 이겨냈구나. 난 내가 자랑스러워'하고 생각될 거야. 그렇지?"
▲1."아이들에게 병균 옮기면 안되요." 박경림이 병실을 들어가기 전 세균 감염을 막기위해 손을 씻고 있다.
2."풍선도 불어요." 예진이와 박경림이 만나기 전. 사회복지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 식구들과 예진이 부모가 함께 모여 장식용 풍선을 불고 있다.
3. 박경림이 예진(오른쪽)이와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 환우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언니가 주는 선물이야." 박경림이 예진양을 비롯한 같은 병실 아이들에게 곰돌이 인형을 하나씩 선물했다
● 언니. 진돗개 선물 할게요
병원 어린이 교실에서 박경림과 함께 동화책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를 읽던 예진이는 "아마 희아가 손가락이 다섯 개 다 있었다면 이렇게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을 거에요. 저도 희아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싶어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박경림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1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일일히 사인도 해주고 "빨리 나으렴"하며 꼭 안아줬다.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갑갑한 병원에서 날아갈 것처럼 밝아진다. 예진-신명이도 박경림에 꼭 기대어 오래전부터 만났던 것처럼 잘 따른다.
예진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흐뭇한 광경을 보고 "우리 아이들에게 웃음을 줘서 고맙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박경림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박경림은 "치료만 마치면 경기도 양평의 우리 집에 초대하겠다. 꼭 놀러와서 고기도 구워먹고 같이 재밌게 놀자"며 예진이네 식구 연락처를 휴대전화에 입력했다. 예진이 아버지도 "박경림씨에게 시골집에서 키우는 진돗개를 선물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짧지만 흐뭇했던 박경림과 함께 한 시간이 예진이에게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줬을까. 헤어지기가 아쉬워 박경림의 손을 꼭 붙잡은 예진이의 얼굴이 오늘만큼은 유난히 밝았다.
유잉육종이란?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 중 하나로 소아암의 일종이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이나 방사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세는 육종이 생긴 부위에 종창이 생겨 부어오르며 이 부위가 화끈거리고 아프다. 예진이는 2004년 왼쪽 어깨를 바닥에 부딪힌 뒤 별다른 통증이 없어 병원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지 못하다가 올 2월 정밀 진단 결과 유잉육종이라는 판정을 받고 치료중이다. 현재 조혈모세포 수술을 위해 3회 차 자신의 골수를 채취하는 시술을 받고있다.
매달 치료비와 약값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500만~600만원에 이르지만 개척교회 목사인 아버지의 수입은 매달 50만원 정도다. 모자라는 치료비를 위해 어머니는 파출부로 나서고 있지만 이미 가족의 저축은 바닥나 있다.
출처=중앙일보 김성의 기자 [zzam@jesnews.co.kr]·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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